<인터뷰> 유현숙 이사장
- 수년간 봉사활동을 다니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람차고 뿌듯한 기억보다 안타까웠던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
2010년쯤 라오스에 3번째 봉사활동을 갔을 때다. 10살 정도 된 어린 여자아이가 18개월 된 아이를 안고 울면서 내 다리를 붙잡았다. 아이는 뇌수종을 앓아 머리에 물이 차 몸은 작은데 머리가 크게 부어 있는 상태였다.

태국 병원에 갔다가 돈만 많이 들고 진단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의료 봉사단에 수술할만한 기계나 도구도 없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에 데려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6개월 뒤 다시 라오스를 찾아 아이를 데려오려 했으나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후였다.

또 한 번은 라오스 교육국장이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하며 한국서 치료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간곡히 청한 적이 있다. 한국 병원을 수소문해서 어렵게 치료해주겠다는 대학 병원을 찾아 국장을 데리고 오려 했다. 그러나 이미 상태가 너무 나빠져 비행기를 탈 수조차 없었다. 그 국장은 다음날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오는 일들이다.

- 라오스를 찾는 우리 국민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최근 라오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들 비즈니스적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필리핀, 중국 등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많은 사람이 과시욕이 있는데다 그 나라 사람을 무시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우리와 그들은 똑같은 사람이다. 라오스를 찾는 사람들도 후진국이라 무시하지 말고 정확히 알고 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우리나라도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지금은 주는 나라가 됐지만 어렸을 적에는 외국에서 학교도 지어주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줬던 기억이 있다. 라오스는 세계에서도 가난한 나라다. 오지에 가면 옷도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은 자기의 생활이 안정되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하지만, 경제적인 것만이 나눔은 아니다. 기회를 제공하도록 돕거나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만큼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나눔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